출근하면서 남편과 얘기한 내용이다.
내가 살고 싶은 삶과 지금의 삶의 괴리가 너무 커서 이렇게 괴로운게 아닐까? 요즘 마음이 참 심란하고 괴로운게 이 문제 때문이 아닌가 싶어 얘기를 해봤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이미 자산을 축적해뒀고 (내소유의 집과 차) 또 개인연금도 든든히 마련되어 있고, 나름의 목돈도 가지고 있어서 마음의 여유가 풍부한 상태다.
아침에 일어나서 느긋하게 과일을 먹고 볕이 따뜻할때 나가서 산책도 1시간 하고 일은 평일에 4~5시간만 하면서 저녁은 운동을 가고 씻고 잘준비.
주말은 가족과 산책을 하고 외식도 가끔하면 좋겠지. 질 좋은 식재료를 손질하면서 요리를 하고 몸을 챙기고.. 등등 이런 생각을 하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아주 평범하면서도 (평범이 맞을까? 충분한 시간과 돈이 필요) 지금은 누릴수 없는 상태.
하지만 지금의 내 삶은 어떤가?
출근하느라 산책은 어림없고 회사에서 점심먹고 15~20분 걷는게 그나마 산책이라면 산책일까. 아침과 점심 끼니는 늘 시간이 없어 허겁지겁 먹기 바쁘고 회사 마치고 와서 먹는 저녁은 그냥 대충 때우기 바쁜 그런 식사.
주말은 돈을 더 벌고 싶어 파리바게뜨 알바를 시작했고, 산책은 커녕 다리가 아파서 더 걷지를 못한다. 집에서 쉬면서 느긋하게 집안일? 어림없지.
알바 마치고 오면 바로 평일에 미뤄둔 집안일을 해야되고 일요일은 새차하는 날~ 그냥 쉬는 시간은 짬짬이 잠시 내가 만들어서 쉬어야 한다.
더 힘든건 이런 삶을 적어도 15년 이상은 더 해야만 된다는 것이다.
살고싶은 삶은 이미 은퇴하고 여유 가득한 중년의 삶인데 지금은 한참 바쁘게 일해야 될 30대 중반의 직장인이니 당연히 괴리가 생길수 밖에!
그런데 여기서 잠깐! 그 괴리란 건 당연한게 아닐까?가 차안의 대화 요지였다.
아니, 그 완벽한 중년의 삶도 지금처럼 열심히 산 청년의 회사원이든 자영업자든 충분한 노동의 시간이 있어야만 가능한거 아니겠냐고..
나무도 심지않고 열매만 바란다는 말과 뭐가 다를까..?
돈을 벌어야 굴릴 돈이 생기지 돈이 없는데 무슨 복리의 마법이니 뭐시기니..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 인간아!! (잠시 욱했다) 내 자신이 참 욕심만 가득한 인간인 것을 깨달아서 헛움음이 나왔다.
물론 괴롭고 힘들고 지치고 지난하고.. 힘들지 왜 안 힘들겠니. 하지만 누구나 다 이런 시기를 잘 갈고 닦고 인내하고 해야만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중년의 삶이 오지 않을까?
그냥 다 뛰어넘고 행복 가득한 삶이 짜잔~ 하고 나올 순 없는거 아닐까. 이런 대화를 하면서 우리 더 열심히 하자! 그래서 중년엔 꼭 행복하게 느긋하게 찐하게 누리자라고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행복은 상대성이라고 지금의 힘듦이 있어야 느긋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때 더 값지고 그땐 그랬었지~ 하며 내 청춘에 고마운 마음이 들어 더 행복이 배가 되지 않을까?
마음을 잘 다독이며 대화를 끝내려는 와중 남편 왈 : "근데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보이스피싱으로 5억 날리면 어떨까?" 이런 얘길 하는 남편을....어쩌면 좋을까? 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