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의 마지막 연차를 썼다. 오랜만의 늦잠.. 3주동안 5시에 기상하느라 고생한 나는 이날 만큼은 알람없이 원없이 잠을 잤다.
하고싶은거 다하자!! 8시 반에 기상해서 느긋하게 씻고 아침으로 과일먹고 감자도 에어프라이기에 돌려 먹었다. 역시 맛있어.
크.. 이 얼마나 여유로운 아침인가. 그냥 아무것도 아닌 이 여유로움이 행복했다. 점심은 뭐먹지? 시금치 된장국 끓이고, 어머니가 주신 굴김치랑 먹으니까 진심 꿀맛이었다. 연신 음~~음~ 거리면서 점심까지 먹었다.
이제 산책을 나가볼까? 아 그러다가 갑자기 며칠전부터 챗GPT에게 물어보던 사주를 직접 보러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난 원래 사주 이런건 정말 보지 않는 편인데 20대때 몇번 봤던 기억엔 서른 후반쯤부터 일이 잘 풀릴꺼라며 말년운이 좋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그땐 그런거보다 생각하고 말았는데 이제 진짜 30대 후반이 다가오고 있으니 그 기억이 가끔씩 떠오르곤 했다. 갑자기 급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oo동 사주보는곳" 네이버에 쳐봤다. 애매한 시간. 금요일 1시쯤이었는데 혹시나 문 닫았을까봐 출발전 전화해보고 집에서 가까운 곳에 영업하는 곳이 있어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가보았다.
철학관이라는 간판에 허름한 사무실, 추울까봐 히터까지 빵빵하게 켜두시고 계셨다. 이 시간대엔 손님이 아예 없을것 같아서 궁금한거 다 물어봐야지 싶었다.
"사주 보러 왔는데 혹시 얼만가요?"
"여긴 사주 보는건 5만원이에요~"
조금 비싼가? 싶었는데 5만원에 가족들 다 봐준다고 하셔서 온김에 남편이랑 나랑 같이 봐야겠다 생각했다.
태어난 날짜, 시간, 양력 말씀드리니 컴퓨터 무슨 프로그램에 치시곤 책과 함께 봐주셨다.
날 보시곤 여자가 이게 쉽지 않는데 하시면서 성격이 아주 칼같고 까칠하다고 그걸 고쳐야 된다고 하셨다. 좋은 말만 하진 않는다고 있는 그대로 얘기하신다는 말과 함께.
그래.. 어딜가나 다 성격 얘길 하시는구나. 작은거에 연연하고 주변을 피곤하게 만든다고. 나의 기준점이 높아서 남들도 다 그렇다고 생각해 그걸 벗어나면 다 입을떼고....
사실 친구나 남들에겐 크게 이런 성향이 나오진 않는데 가까운 가족들에게는 특히 남편에겐 이런 성향이 그대로 나오는 나로써는.. 아 이게 또 사주로도 나오는구나 싶었다.
그런 기질을 타고 났다고 하시면서 본인도 고치려고 할테지만 잘 안돼서 스트레스 받을거라고.. 맞다.
이런 나의 성향을 남편은 극도로 싫어한다. 그래서 고치려고도 정말 노력 많이 하고있지만 잘 안돼서 나도 스트레스를 받곤한다.
지금까지는 하는 일도 잘 안풀렸을 거라는데.. 그것도 맞다. 이직도 많이하고 한 곳에 잘 있지 못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일도 자리를 잡을테고 하는 일도 술술 풀려서 재산도 많이 모을꺼라고 하신다. 말 그대로 점점 승승장구 하게 될 팔자.
40대는 지금보다 더 좋고, 50대는 40대보다 더 좋다고. 일이 잘 풀리면서 여유가 생기면 이런 성향도 많이 내려놓게 되고 많이 유해질꺼라고. 하지만 본인도 노력을 해야된다고 하셨다.
그렇구나.. 하지만 노력하는 만큼 일도 풀리고 말년으로 갈수록 좋다는 말에 기운도 났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노력이 헛된일만은 아니구나 싶었고, 나의 이 지긋지긋한 예민한 성향도 좀 고치자 싶었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남편의 사주는 나와는 정반대의 성격. 순하고 점잖은 성격, 선비와도 같다고. 그것도 맞다. 이게 참 복이라고 하셨다. 남편을 잘 만났다고.
아마 나와 같은 예민한 성격을 만났더라면 오래 못살았다고 하신다. 나의 성향과 반대되는 사람을 만나 잘 살고 있는데 남편은 많이 답답해 할꺼라고. 처음엔 많이 부딪치지만 남편의 운도 나와 함께 같이 올라가는 사주라서 일이 잘 풀리고 하면 부부 관계도 더 좋아질꺼라고 하셨다.
우리 부부는 둘다 초년운은 아예 없다시피 하고 40대가 더 넘어가면서 운이 풀리는 사주라고 하셨는데 과연 그럴까.. 지금은 둘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이게 빛을 바랄 날이 올까? 그래도 사주라도 좋게 나와서 안심이 됐다.
집에가서 남편에게 말을 하니까 원래 사주 팔자 이런걸 아예 안보는 남편이 내 성격 얘기에 거기 어디냐고 신통하단다ㅋㅋ 그래.. 얼마나 나 때문에 답답했으면 저럴까 싶어 이 성격을 참 절대적으로 고치자 싶었다.
사주에서도 나는 성격만 아니면 어디 나무랄 곳이 없다고 나왔다. 머리가 좋고 신체도 건강하게 타고 나서 가만히 두면 알아서 할 일을 잘 할 성향까지 가지고 있는데 성격이 예민하고 까칠하고 칼 같아서 인간관계에 문제가 잘 생기고 이걸로 손해보는 일이 많다고 자기 자신을 많이 내려놓아야 일도 더 잘 풀린다고 이것만 고쳐라고 따끔하게 얘기해주셨다.
연차에 사주보러 가서 3시간 동안 앉아 있었는데 그만큼 얻은 것도 많고 나에 대해 더 잘 알게된 시간이라 앞으로 더 열심히 살 일만 남았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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